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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From Fr. Macario

오늘의 묵상 From Fr. Macario

[ 2026.7.13 ]

마태오10,34─11,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나는 아들이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갈라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34-37)(26-27)

심리학에서 “자아분화”(Differentiation of the Self)란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이성적 사고를 유지하고, 다른 사람과 건강한 정서적 경계를 세우며, 안정된 정체성을 유지형성하는 능력입니다. 자아가 분화된 사람은 관계를 끊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가치와 선택을 지킬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실망과 불편함을 견디면서도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아가 충분히 분화되지 않은 관계에서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잘못된 사람으로 여기고, 상대방이 나의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오늘 아버지나 어머니를 혹은 자식들을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님에게 합당하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가족을 사랑하지 말거나 인간관계를 가볍게 여기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성찰하도록 초대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관계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십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관계 안에 두려움과 소유욕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살피고, 그 관계를 하느님과 소명 안에서 더욱 건강하게 정화하도록 부르십니다. 하느님만이 채우실 수 있는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내 존재의 가치와 행복을 책임지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 사람이 나와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그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또한 상대방의 기대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지나친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부르심을 따라야 한다고 하십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 삶의 기준이 될 때 사랑은 쉽게 의존과 통제로 변합니다. 상대방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소명을 외면하고, 관계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며, 갈등을 피하려고 중요한 가치까지 포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가족뿐 아니라 수도 공동체 안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수도 공동체 안에서도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르면 관계가 깨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생각을 감추기도 합니다. 공동체의 평화를 지킨다는 이유로 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순명이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소명을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갈등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건강한 공동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건강한 공동체는 차이가 없는 공동체가 아니라, 차이를 견디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관계를 지켜 가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사랑의 우선순위는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관계의 재조명입니다. 하느님을 첫자리에 모시는 것은 사람을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를 하느님의 사람으로 더욱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아분화가 이루어진 사랑이며, 복음 안에서 성숙해 가는 사랑입니다.

질문: 나는 상대방의 실망을 두려워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가?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내 기대의 노예로 붙잡아 두고 있지는 않는가?